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 회화 중 하나입니다. 뒤틀린 배경, 일그러진 인물, 강렬한 색상—이 작품은 단순한 고통의 표현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과 내면의 절규를 시각화한 상징으로 평가받습니다. 과연 뭉크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고, 어떻게 이 한 장의 이미지가 전 인류의 감정을 대표하게 되었을까요?
1. 자전적 고통에서 출발한 예술
뭉크의 예술 세계는 그의 삶과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를 잃은 그는, 죽음, 상실, 병, 불안이라는 주제를 평생 떠나지 않았습니다. ‘절규’는 그가 오슬로 피오르드 다리를 건너다 느낀,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 발작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나는 자연을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태양은 지고 있었고, 나는 갑자기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드는 것을 보았다. 나는 멈춰 서서 피곤함을 느끼며 난간에 기대었고, 나는 거대한 끝없는 절규가 자연을 가로지르는 것을 들었다.”
이 기록은 내면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전이시킨 최초의 예술적 시도 중 하나로 평가되며, 뭉크는 개인의 심리를 보편적 정서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2. 형태와 색 – 감정의 언어로서의 회화
‘절규’는 전통적인 구도나 원근법, 해부학적 정확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뭉크는 대신 형태의 왜곡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배경의 물결치는 듯한 하늘과 강, 구불구불한 선들은 인물의 불안이 자연 전체에 퍼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주인공의 입이 벌어지고, 눈이 크게 떠진 얼굴은 해골처럼 일그러져 있으며, 손은 귀를 막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 절규라기보다는, 내면에서 폭발하는 감정의 시각적 표상으로 해석됩니다. 오히려 그는 “나는 절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절규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색 역시 감정을 위해 선택되었습니다. 붉은 하늘은 공포, 불안, 피를 상징하며, 배경의 대비되는 푸른 색조는 감정의 냉기와 절단감을 강화합니다. 뭉크는 감정을 캔버스 위에서 추상화하는 초기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3. 보편적 상징으로 확장된 ‘절규’
‘절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불안, 고립, 두려움, 존재의 외침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기능합니다. 이로 인해 이 그림은 시대와 문화, 국경을 넘어선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세기 이후 이 작품은 심리학, 대중문화, 광고, 영화, 패션 등에서 불안의 시각적 코드로 활용되며, 현대인의 정신적 상태를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감정의 순수 표현’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뭉크 자신도 예술이란 감정을 고백하고,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감정의 폭발을 회화의 언어로 번역했고, 그것이 바로 ‘절규’가 단순한 고통을 넘은 전 인류적 상징이 된 이유입니다.
결국 ‘절규’는 현대 미술이 단지 외형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감정의 형상화라는 새로운 미학의 장을 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작품입니다. 뭉크는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하는 ‘절규’를, 붓으로 끌어낸 최초의 화가였습니다.